지난 11월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일본은 시리아를 5-0으로 대파하며 8연승을 기록했습니다. 총 34골을 터뜨리며 단 5골만 허용한 일본의 공격력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경기 내용보다 일본 선발 명단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일본 프로축구 리그(J리그) 소속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매치에 선발된 일본 선수 26명 중 21명이 유럽파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벨기에 리그 등 주요 유럽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대다수입니다. 일본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유럽파가 4명이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9명으로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유럽파를 배출할 수 있었을까요?
J리그 출범과 초기 전략
1993년 출범한 J리그는 당시 일본의 경제 호황기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게리 리네커, 라우드루프 등 해외 유명 선수를 영입하며 리그의 흥행을 유도했죠. 그러나 이후 버블 붕괴와 외환 위기 등으로 외국인 스타 의존 모델이 한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축구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소년 육성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합니다.
100년 계획과 지역 기반 축구 클럽
일본 축구협회는 "100년 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100개의 프로 클럽과 월드컵 우승이라는 장기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1~3부 리그까지 총 188개의 클럽이 존재하며, 47개 광역 자치단체 중 41곳이 프로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구단은 15세 이하, 18세 이하 유소년 팀과 아카데미 운영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여기에 전국 단위의 유소년 대회인 프린스 다카마도노미야 대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럽식 코칭 도입과 프로젝트 DNA
2016년부터 J리그는 코치들을 유럽으로 보내며 선진 유소년 코칭 기술을 도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웨스트햄 유스 아카데미 관계자들을 초빙해 ‘프로젝트 DNA’를 출범했습니다. 이는 개인 기술과 멘털을 중시하는 선수 맞춤형 육성 시스템입니다.
또한 2019년에는 ‘2030 풋볼 비전’을 선포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양성 리그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습니다.
저렴한 이적료, 빠른 유럽 진출
유럽파가 늘어난 또 하나의 이유는 저렴한 이적료입니다. J리그에서 유럽으로 이적한 50명 중 시장가보다 낮은 이적료로 이적한 선수는 29명이나 됩니다. 예를 들어, 미나미노 타쿠미는 시장가 125만 유로일 때 2014년 세레소 오사카에서 잘츠부르크로 이적했고, 다나카 아오, 도안 리츠도 낮은 이적료로 유럽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J리그 구단은 유스 육성에 연평균 수십억 원을 투자하지만, 선수 유럽 진출을 막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축구협회의 유럽 사무소 운영
2020년, 일본 축구협회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이곳은 일본 유럽파 선수들의 부상, 멘탈, 소속팀 이슈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리합니다. 특히 독일과 벨기에 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적 타이밍과 리그 일정 문제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춘추제를 채택하고 있어, 유럽 리그(추춘제)와 일정이 맞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겨울 이적 시 적응 실패, 여름 이적 시 국내 시즌 중 이탈이라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J리그는 2026년부터 추춘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결론: 시스템으로 완성된 일본 축구
현재 유럽 1부 리그에서 뛰는 일본인은 무려 100명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J리그의 수준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으며,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횟수도 최다를 기록 중입니다. 이는 유럽파 배출이 단순한 유출이 아닌, 자국 시스템의 성공적인 순환 구조임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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