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풀백)의 역할은 단순했습니다. 상대 윙어를 막고, 공격할 때는 터치라인을 따라 신나게 달려서 크로스를 올리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호베르투 카를로스나 이영표 선수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그리고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의 경기를 보면 풀백들이 이상하게 움직입니다. 측면이 아닌 경기장 중앙(미드필더 지역)으로 들어와서 플레이를 합니다. 도대체 왜 수비수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걸까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현대 축구 전술의 가장 뜨거운 감자,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의 개념과 등장 배경, 그리고 이 전술이 가져오는 강력한 효과에 대해 분석해 드립니다.

1.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이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안쪽으로 뒤집힌(Inverted) 수비수'라는 뜻입니다.
전통적인 풀백(Classic Full-back)이 터치라인을 따라 수직으로 움직이며 '오버랩(Overlap)'을 한다면, 인버티드 풀백은 중앙 미드필더 지역으로 대각선 이동을 하며 '언더랩(Underlap)'을 수행합니다.
- 전통적 풀백: "나는 측면을 지배한다. 크로스를 올린다."
- 인버티드 풀백: "나는 미드필더처럼 뛴다. 패스를 뿌리고 경기를 조율한다."
2. 왜 감독들은 이 전술에 열광하는가? (전술적 장점)
펩 과르디올라(맨시티), 위르겐 클롭(리버풀), 안지 포스테코글루(토트넘) 등 세계적인 명장들은 왜 멀쩡한 수비수를 중앙으로 보낼까요? 핵심 이유는 딱 하나, '중원 싸움에서의 수적 우위'입니다.
① 미드필더 숫자 늘리기 (3-2 빌드업)
현대 축구는 '점유율' 전쟁입니다. 공을 오래 소유하려면 미드필더 숫자가 많아야 합니다. 풀백 한 명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기존 미드필더들과 합세하여 상대 미드필더보다 더 많은 숫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2명과 3명의 싸움, 당연히 3명이 패스 돌리기가 쉽겠죠?
② 패스 길의 다양화
풀백이 측면에만 있으면 패스 줄 곳이 앞뒤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앙으로 들어오면 360도 모든 방향으로 패스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는 팀 전체의 공격 전개를 훨씬 매끄럽게 만듭니다.
③ 역습 대비 (Rest Defense)
공격하다 공을 뺏겼을 때, 풀백이 중앙에 미리 와 있다면 상대의 중앙 역습을 즉각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측면에서 돌아오는 것보다 중앙에서 바로 압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3. 대표적인 선수와 감독 스타일
1) 펩 과르디올라와 주앙 칸셀루/진첸코
인버티드 풀백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장본인입니다. 펩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시절 필립 람을 시작으로, 맨시티에서는 칸셀루와 진첸코(현재 아스널)를 활용해 재미를 봤습니다. 최근에는 센터백인 존 스톤스를 미드필더로 올리는 변형 전술까지 구사합니다.
2) 위르겐 클롭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리버풀의 아놀드는 킥력이 워낙 좋아서, 아예 중앙 미드필더처럼 뛰며 롱패스로 경기를 지휘합니다. 수비수인지 플레이메이커인지 헷갈릴 정도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3) 포스테코글루와 우도기/포로
토트넘은 이 전술을 가장 공격적으로 사용합니다. 양쪽 풀백인 우도기와 포로가 동시에 중앙으로 들어와 공격 가담을 합니다. 덕분에 손흥민 선수가 측면에서 1:1 돌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4. 치명적인 단점과 위험성
물론 완벽한 전술은 아닙니다. 인버티드 풀백 전술에는 명확한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 측면 뒷공간 노출: 풀백이 중앙으로 갔으니, 원래 지켜야 할 측면 수비 자리가 텅 빕니다. 상대가 빠른 윙어를 활용해 그 공간을 파고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습니다.
- 높은 전술 이해도 요구: 수비력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수준의 패스 능력, 탈압박 능력, 전술 이해도가 없으면 이도 저도 아닌 선수가 되어버립니다.
글을 마치며: 축구를 보는 새로운 눈
이제 축구 경기를 보실 때, 우리 팀 풀백이 어디에 서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만약 수비수가 자꾸 중앙선 부근 안쪽으로 들어와서 기웃거린다면, "아! 저 감독은 인버티드 풀백 전술을 써서 중원을 장악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단순히 공만 쫓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위치 변화를 보면, 축구는 22명이 두는 거대한 체스 게임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선수들, '역대 최고의 등번호 10번 선수는 누구인가? (펠레부터 메시까지)'를 선정해 보겠습니다. 과연 1위는 누구일까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